논어論語 제19篇 자장子張
자장편은 공자의 말이 없다.
공자의 제자들이 말한 것과 제자들이 대화한 것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19-1)
자장왈子張曰 자장이 말했다.
사士 견위치명見危致命 “선비는 위태롭게 되면 목숨도 바치고
견득사의見得思義 이득을 보면 올바른지 생각하며
제사경祭思敬 상사애喪思哀 제사에는 공경함을 생각하고 상례에는 슬픔을 생각해야 한다.
기가이의其可已矣 그것으로 되는 것이다.”
►子張자장 성은 전손顓孫, 이름은 (師, 공자의 제자 ►치致 바치다. 보내다.
여기서 선비란 군자를 일컫는다.
국난과 같은 위태로움을 당하면 목숨을 바쳐 국난을 극복하는 것이 신하된 도리며
이득이 생기면 그 이득이 옳은지 그른지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상·제례에는 조상을 공경하고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 선비의 마음가짐이라는 말이다.
계씨 (16-10)에 군자가 생각하는 아홉 가지가 나와 있다.
(19-2)
자장왈子張曰 자장이 말했다.
집덕불홍執德不弘 신도부독信道不篤 “덕을 지녔지만 마음이 좁고 도를 믿지만 두텁지 못하다면
언능위유焉能爲有 언능위무焉能爲亡 어찌 (덕과 도가) 있다고 할 것이며 어찌 없다고 할 것인가.”
►집執 가지다. 지니다. 지키다 ►독篤 두터이 하다, 단단하다, 견실하다. ►무亡 없다, 가난하다.
덕은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넓지 못하다는 것은 덕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진리에 대한 믿음이 굳지 않다면 진리를 모른다는 뜻이 된다.
즉 덕과 도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지 않으면 있으나마나라는 것이다.
(19-3)
자하지문인문교어자장子夏之門人問交於子張 자장왈子張曰
자하의 제자가 자장에게 (남과) 사귀는데 대하여 물으니 자장이 말했다.
자하운하子夏云何 “자하께서는 무엇이라 하더냐?”
대왈對曰 (자하의 제자가) 대답했다.
자하왈가자여지子夏曰可者與之 기불가자其不可者 거지拒之
“자하께서는 옳은 사람과는 사귀고, 옳지 않은 사람과는 사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자장왈子張曰 자장이 말했다.
이호오소문異乎吾所聞 “내가 들은 것과 다르다.
군자존현이용중君子尊賢而容衆 군자는 현인을 존경하고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가선이긍불능嘉善而矜不能 착한사람을 칭찬하되 무능한 사람을 동정한다.
아지대현여어인我之大賢與於人 하소불용何所不容 내가 똑똑하면 누구라도 안 받아 들일리 없고
아지불현여인장거아我之不賢與人將拒我 내가 똑똑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멀리할 텐데
여지하기거인야如之何其拒人也 어떻게 사람들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
►자하子夏 성은 복卜, 이름은 상商, 공자의 제자 ►가可 옳은, 가히, 쯤, 정도
►거拒 막다. 거부하다. ►가嘉 아름답다, 칭찬하다.
►긍矜 불쌍히 여기다. ►장將 마땅히 ∼한다. 오히려
교우관계에 대한 자하와 자장의 견해 차이를 알 수 있다.
자하는 특정한 개인을 대상으로 말하였는데 자장은 개인이 아닌 대중과의 사귐을 말한 것이다.
이처럼 자하와 자장은 서로의 견해가 다른 점이 많이 있었다.
(19-4)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수소도雖小道 필유가관자언必有可觀者焉 “비록 보잘 것 없는 원리라 하더라도 반드시 볼만한 것이 있다.
치원공니致遠恐泥 시이군자불위야是以君子不爲也 (그러나) 멀리 가는데 방해될까 두려워 군자는 배우려하지 않는다.”
►소도小道 보잘 것 없는 원리, 하찮은 도리 ►치원致遠 멀리 도달하다. 참된 진리에 이르다.
►공恐 두려워하다, 의심하다. ►니泥 더렵혀지고 썩다. 흐리다.
小道라 함은 농사짓는 법, 공인들의 기술 등 생활 속의 소소한 원리를 말한다.
따라서 그 원리를 알면 분명히 자신에게 쓸모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치원致遠은 큰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공자는 위정 (2-12)에서 君子不器를 주장할 만큼
군자가 작은 일에 집중하면 원래의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19-5)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일지기소망日知其所亡 월무망기소능月無忘其所能 가위호학야이의可謂好學也已矣
“날마다 모르던 것을 알아가고 달마다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정말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소망所亡 내게 없는 것, 내가 모르는 것
►무망無忘 잊지 않다.
하루하루 배움으로써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은 知新이고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은 溫故다.
따라서 이렇게 배우고 익히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배우고 익혔으니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한 공자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하겠다.
(19-6)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인재기중의仁在其中矣
“많이 배워서 뜻을 굳히고 절박하게 묻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인은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절切 끊다, 베다, 절박하다.
►근近 가깝다. 즉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
仁에 이르기 위한 자기수양과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인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여 사람을 사람답게는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7)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백공거사百工居肆 이성기사以成其事 군자학이치기도君子學以致其道
“모든 공인들이 작업장에서 일을 마치듯이 군자는 학문으로 도를 완성한다.”
►백공百工 여러 기술자 ►사肆 방자하다. 늘어놓다. 가게
道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서 천지만물을 창조해 내는 근원이며 우주를 지배하는 진리를 말한다.
기술자들은 자기 일터를 떠나지 않으며 그곳에서 자기 일을 마무리 한다.
이러한 노력은 군자가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하여 궁극적인 진리를 터득하는 과정과 같은 것이다.
(19-8)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소인지과야小人之過也 필문必文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꾸며댄다.”
소인은 무엇인가 잘못하면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감추거나 잘못이 없는 것처럼 꾸며 남을 속인다는 것이다.
(19-9)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군자유삼변君子有三變 “군자는 3가지 다른 모습이 있다.
망지엄연望之儼然 즉지야온卽之也溫 청기언야려聽其言也厲
멀리 바라보면 의젓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온화하고 말을 들으면 엄정하다.”
►엄연儼然 사람의 겉모습이나 언행이 의젓하고 점잖다.
►려厲 엄정하다, 사납다.
자하가 스승인 공자의 모습을 보고 말한 것이다.
태도가 의젓하니 경솔하지 않고 얼굴빛이 온화하니 마음이 따뜻하며 말이 엄정하니 어수선하지 않다.
이는 군자의 모습이다.
(19-10)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군자신이후君子信而後 노기민勞其民 “군자는 믿음을 얻은 후 백성들을 부린다.
미신즉이위려기야未信則以爲厲己也 믿음을 얻지 못하면 자기를 괴롭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신이후간信而後諫 (군주에게는) 신임을 받은 후 간한다.
미신즉이위방기야未信則以爲謗己也 신임을 받지 못하면 자기를 헐뜯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려厲 화가 나다. 괴롭다. ►방謗 헐뜯다. 비방하다
군자는 군주를 섬기거나, 백성들을 부릴 때 무엇보다도 먼저 믿음을 얻어야 한다.
믿음을 얻으려면 거짓이 없어야 하므로 믿음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군주나 백성들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항상 믿음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19-11)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대덕불유한大德不踰閑 소덕출입가야小德出入可也
“넓고 큰 덕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소소한 행동은 변동이 있더라도 괜찮다.”
►대덕大德 넓고 큰 덕 또는 그런 덕을 가진 사람 ►유한踰閑 여유가 넘치다. 가로막다.
►소덕小德 학자, 보통사람 ►출입出入 오고가다. 머지않아 복구된다.
大德은 넓고 큰 덕을 의미하며 德은 공정하고 남을 넓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으로서
덕은 도덕적·윤리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하나하나의 실천과정에서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괜찮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해석은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는”것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9-12)
자유왈子游曰 자유가 말했다.
자하지문인소자子夏之門人小子 “자하의 제자들은
당쇄소응대진퇴즉가의當灑掃應對進退則可矣
물 뿌리며 청소하고 부르는데 응하고 묻는데 대답하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은 잘 하는데
억말야抑末也 그런 것들은 하찮은 것이다.
본지즉무本之則無 여지하如之何 근본이 없는데 어찌 할 것이냐?”
자하문지왈子夏聞之曰 자하가 듣고 말하길
희噫 언유과의言游過矣 “아아, 자유의 말이 지나치다.
군자지도숙선전언君子之道孰先傳焉 숙후권언孰後倦焉
군자가 되는 길에 무엇을 먼저 전하고 무엇을 나중으로 미룰 것인가.
비제초목譬諸草木 구이별의區以別矣 군자지도君子之道
비유하자면 초목을 종류별로 구분하듯이 군자가 되는 길도 마찬가지다.
언가무야焉可誣也 어찌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느냐?
유시유졸자有始有卒者 기유성인호其惟聖人乎 처음도 있고 끝도 있는 사람은 성인뿐일 것이다.”
►자유子游 성은 언言, 이름은 언偃, 공자의 제자
►문인소자門人小子 제자들 중에서도 어린 제자들
►쇄소灑掃 물 뿌리고 쓸다 ►응대應對 부르는데 응하고 묻는데 대답하다.
►진퇴進退 나아가고 물러나다. ►권倦 게으르다.
►무誣 속이다. 왜곡하다. ►유졸有卒 유종有終, 시작한 일에 끝맺음이 있다.
자유와 자하의 교육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유는 학문을 교육의 기본으로 삼았고 자하는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자유는 대학교육이요, 자하는 초등교육인 셈이다.
모두 다 一長一短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가 자하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자 자하는 군자가 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니
자신의 교육방법이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였다고 반박한 것이다.
(19-13)
자하왈子夏曰 자하가 말했다.
사이우즉학仕而優則學 학이우즉사學而優則仕
“벼슬하면서 여유가 있으면 공부하고 공부하다 여유가 있으면 벼슬 한다.”
옛날에는 배우는 것이 벼슬을 살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벼슬사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따로 떼어서 별개로 볼 것이 아닌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벼슬과 공부를 병행해서 하는 것이라 하겠다.
(19-14)
자유왈子游曰 자유가 말했다.
상치호애이지喪致乎哀而止 “상사에는 슬픔을 다하면 된다.”
상을 당했을 때는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긴 상을 당하여 슬퍼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을 할 것인가.
(19-15)
자유왈子游曰 자유가 말했다.
오우장야吾友張也 위난능야爲難能也 연이미인然而未仁
“내 친구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 처리한다. 그러나 아직 인은 부족하다.”
자유가 자장을 평한 말로서 자장의 유능함은 인정하지만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仁의 경지까지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동료끼리의 경쟁의식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19-16)
증자왈曾子曰 증자가 말했다.
당당호堂堂乎 장야張也 난여병위인의難與並爲仁矣
“당당하다, 자장은. (그러나) 인과 함께하기는 어렵다.”
►증자曾子 성은 증曾, 이름은 삼參, 자는 자여子與. 공자의 제자
►당당堂堂 높이 우러러 보이는 모습
►병並 함께하다, 나란히
자장은 남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앞에서 자유도 자장을 인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증자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19-17)
증자왈曾子曰 증자가 말했다.
오문제부자吾聞諸夫子 “내가 선생님께 들었는데
인미유자치자야人未有自致者也 필야친상호必也親喪乎
사람은 스스로 끝까지 정성을 다하지 못하지만 부모상에는 그래야 한다고 하셨다.”
►치致 끝까지 다하다. 정성스레 하다. ►친상親喪 부모상
사람들이 평소에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면서
최소한 부모상만이라도 끝까지 정성을 다하였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19-18)
증자왈曾子曰 증자가 말했다.
오문제부자吾聞諸夫子 “내가 선생님께 들었는데,
맹장자지효야孟莊子之孝也 맹장자의 효도 중 다른 것은 할 수 있겠지만
기타가능야其他可能也 기불개부지신여부지정其不改父之臣與父之政 시난능야是難能也
아버지의 신하와 아버지의 정책을 바꾸지 않은 것은 (아무나) 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맹장자孟莊子 노나라 대부. 이름은 속速. 장자는 그의 시호
부모가 돌아가셨더라도 마치 살아계신 것처럼 그가 쓰던 물건 하나도 버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그의 신하를 갈아치우거나 그가 실시하던 정책을 바로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맹장자가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 군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모양이다.
그러나 나라의 안위와 백성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단순히 효의 연장으로 보는 것은 무책임한 가르침이다.
학이 (1-11)과 이인 (4-20)에 같은 내용이 나온다.
(19-19)
맹씨사양부孟氏使陽膚 위사사爲士師 맹씨가 양부를 사사로 삼았다.
문어증자問於曾子 증자왈曾子曰 (양부가) 증자에게 묻자 증자가 말했다.
상실기도上失其道 민산民散 구의久矣 “윗사람이 도를 잃어 백성들이 흩어진지 오래이니
여득기정즉애긍이물희如得其情則哀矜而勿喜
만일 그 사정을 알게 되면 슬퍼하고 불쌍히 여길 것이며 기뻐해서는 안 된다.”
►맹씨孟氏 맹무백孟武伯이나 맹경자孟敬子인 듯 ►양부陽膚 증자의 제자
►사사士師 재판을 담당하는 관리 ►물勿 아니다. 없다.
윗사람이 道를 잃었다는 것은 위정자가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저버리고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거나 형벌이 공정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당시 노나라는 삼환의 세력다툼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들은 흩어져 버린 상태였다.
따라서 그러한 때일수록 백성을 어루만져주고 특히 죄인을 잡았다고 기뻐하지 말고
범죄의 동기나 그간의 사정을 조사하여 형벌에 공정을 기하도록 당부한 것이다.
(19-20)
자공왈子貢曰 자공이 말했다.
주지불선紂之不善 불여시지심야不如是之甚也 “주의 악함을 그렇게 심하게 여기지마라.
시이군자오거하류是以君子惡居下流 천하지악개귀언天下之惡皆歸焉
군자가 밑바닥에서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악이 모두 그리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자공子貢 성은 단목端木, 이름은 사賜. 공자의 제자
►주紂 은나라 마지막 왕 제신帝辛으로 주紂, 주신紂辛, 주왕紂王으로 불리,
하나라의 걸왕과 함께 폭군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다.
►불여不如 ∼만 못함.
주나라 무왕에 의해 은나라가 멸망된 후 주왕은 희대의 폭군으로 묘사되었다.
<史記>에 의하면 주왕은 머리가 총명하였으며 말 재주에 능하였고 힘이 장사였다고 한다.
자공은 주왕이 선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비난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사람은 한 번 나쁜 길로 빠지게 되면 헤어나기 힘들고
강 하류에 온갖 쓰레기들이 모이듯이 세상의 모든 악이 그에게 모여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처음부터 악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뜻이다.
(19-21)
자공왈子貢曰 자공이 말했다.
군자지과야君子之過也 여일월지식언如日月之食焉 “군자의 잘못은 마치 일식이나 월식과 같으니
과야過也 인개견지人皆見之 잘못을 저지르면 사람들이 모두 볼 것이고
갱야更也 인개앙지人皆仰之 잘못을 고친다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게 된다.”
►일월지식日月之食 일식과 월식 ►갱更 잘못을 고치다, 개선하다. ►앙仰 우러러보다. 믿고 따르다.
해와 달은 본래 밝은 것이지만 일식과 월식이 나타나면 어두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본성은
착하고 선하지만 잘못이 있으면 본성이 흐려지게 되고 이를 고치면 다시 본래의 착한 심성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군자의 언행은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면서 이를 본받으려 하고 있으므로
잘못을 저지르면 이를 숨기지 말고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19-22)
위공손조문어자공왈衛公孫朝問於子貢曰 중니仲尼 언학焉學
위나라 공손조가 자공에게 묻기를 “중니(공자)께서는 어떻게 배우셨습니까?”
자공왈子貢曰 자공이 대답했다.
문무지도미추어지文武之道未墜於地 재인在人
“문왕과 무왕의 도가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남아있으니
현자식기대자賢者識其大者 현명한 사람은 그 큰 뜻을 알고
불현자식기소자不賢者識其小者 보통의 사람들은 작은 것만 알고 있으니
막불유문무지도언莫不有文武之道焉 문왕과 무왕의 도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부자언불학夫子焉不學 이역하상사지유而亦何常師之有
(그러니) 선생님께서 어찌 배우지 않을 수 있겠으며 또 특정한 스승에게서만 배우셨겠습니까.”
►공손조公孫朝 위나라 대부
►대자大者 덕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전적典籍을 말한다.
►소자小者 작은 진리, (19-2)에서의 소도와 같은 의미
►도墜 진흙, 길
►상사常師 항시 있는 스승, 즉 특정한 스승을 가리킴.
스승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는데
하나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문물이나 전적을 보거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서 배울 수 있는 생활의 지혜이며
다른 하나는 선각자나 현인으로서 자신의 지식을 남에게 전해주는 사람이다.
공자는 누군가로부터 따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젊어서는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옛날의 기록을 통하여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따라서 세상 모두가 스승인 셈이다.
(19-23)
숙손무숙叔孫武叔 어대부어조왈語大夫於朝曰 자공子貢 현어중니賢於仲尼
숙손무숙이 조정에서 대부들과 의논하다 말하길 “자공이 중니(공자)보다 더 현명하다.”
자복경백子服景伯 이고자공以告子貢 자공왈子貢曰
자복경백이 이를 자공에게 일러주자 자공이 말했다.
비지궁장譬之宮牆 사지장야급견賜之牆也及肩 규견실가지호窺見室家之好
“집의 담장과 비유한다면 나(사, 자공)의 담장은 겨우 어깨에 닿아 집안의 좋은 것을 엿볼 수 있지만
부자지장夫子之牆 수인數仞 부득기문이입不得其門而入
선생님의 담장은 몇 길이나 되어서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불견종묘지미不見宗廟之美 백관지부百官之富 종묘의 아름다움과 벼슬아치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없습니다.
득기문자혹과의得其門者或寡矣 부자지운夫子之云 불역의호不亦宜乎
그 문을 들어간 사람도 아주 적으므로 그 분(숙손무숙)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숙손무숙叔孫武叔 노나라 대부, 이름은 주구州九, 시호는 무숙武叔 ►어語 말, 의논하다.
►자복경백子服景伯 노나라 대부, 이름은 하何. 시호는 경景 자는 백伯 ►궁장宮牆 집의 담장
►급견及肩 어깨에 미치다. 담이 낮다는 것을 의미함. ►규窺 엿보다
►인仞 길, 길이를 재는 기구 ►의宜 마땅하다.
자공이 애공 때 등용되어 여러 차례 어려운 일을 해내자 대부인 숙손무숙이 공자보다 자공을 더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자공은 담장에 비유하여 자기 담장은 사가의 작은 담장으로 안이 훤히 보이지만
공자의 담은 궁궐의 담장과 같아서 그 전부를 알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한 것이다.
마치 공자는 해와 같은데 자신은 반딧불 같아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스승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이 묻어있다.
(19-24)
숙손무숙叔孫武叔 훼중니毁仲尼 자공왈子貢曰 숙손무숙이 중니(공자)를 헐뜯자 자공이 말했다.
무이위야無以爲也 중니仲尼 불가훼야不可毁也 “소용없습니다. 중니(공자)를 비방하실 수 없으니
타인지현자他人之賢者 구릉야丘陵也 유가유야猶可踰也 다른 사람의 현명함은 언덕이라서 넘을 수 있겠지만
중니仲尼 일월야日月也 무득이유언無得而踰焉 중니는 해와 달과 같아서 도저히 넘어 설수 없습니다.
인수욕자절人雖欲自絶 기하상어일월호其何傷於日月乎
사람들이 비록 스스로 (공자와의 인연을) 끊고 싶더라도 그것이 어찌 해와 달을 상하겠습니까.
다견기부지량야多見其不知量也 자신의 지각없음만 훤하게 드러날 뿐입니다.”
►구릉丘陵 언덕 ►유踰 넘다. 넘치다. 한층 더 ►절絶 끊다, 그만두다
숙손무숙은 역시 공자를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어떤 사연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던 자공은 이번에도 스승을 열심히 변호하고 있다.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도 언덕과 같아서 열심히 노력하면 넘어설 수 있겠지만 공자는 하늘에 높이 떠있는
해와 달과 같아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으므로 자신은 공자와 비교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19-25)
진자금위자공왈陳子禽謂子貢曰 진자금이 자공에게 말하길
자위공야子爲恭也 중니기현어자호仲尼豈賢於子乎
“선생님(자공)은 겸손하십니다. 중니(공자)가 어찌 선생님보다 현명하겠습니까?”
자공왈子貢曰 자공이 말했다.
군자일언이위지君子一言以爲知 일언이위부지一言以爲不知 언불가불신야言不可不愼也
“군자는 한 마디로 지혜로워지기도 하고 한 마디로 무식해지기도 하므로 말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자지불가급야夫子之不可及也 유천지불가계이승야猶天之不可階而升也
선생님(공자)에게 미칠 수 없는 것은 마치 계단을 밟고 하늘에 오를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자지득방가자夫子之得邦家者 선생님께서 나라를 다스리게 되면
소위립지사립所謂立之斯立 도지사행道之斯行 이른바 세울 곳에 세워주고 갈 곳으로 이끌어주고
수지사래綏之斯來 동지사화動之斯和 불러서 편안하게 하고 화합하게 살도록 할 것이므로
기생야영其生也榮 기사야애其死也哀 여지하기가급야如之何其可及也
(공자께서는)살아서는 영화를 누리고, 죽으면 슬퍼할 것이니 어떻게 (그 분에게) 미칠 수 있겠느냐.”
►자금子禽 성은 진陳, 이름은 항亢, 공자의 제자가 아니라 자공의 제자라는 설도 있다.
►소위所謂 이른 바 ►수綏 편안하다, 안심하다.
►동動 살다, 감응하다, 일어나다. ►영榮 꽃이 피다. 성하다, 영화롭다.
자공을 공자와 비교하자 자공이 스승을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자공은 공자의 정치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은 도저히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자금은 공자보다 자공을 더 치켜세우고 있어 자금이 공자의 제자가 아니라 자공의 제자라고 하는 설이 맞을지도 모른다.
학이 (1-10)에서도 그런 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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