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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6권 1-5

매월당 시집 제61-5

1 나물

5 자균소어소당煮菌蔬於小鐺 작은 솥에 버섯과 채소를 데쳐 먹으면서

 

동중설미소洞中雪未消 골짜기 눈은 아직 녹지 않았지만

설저산소수雪底山蔬秀 눈 속의 산나물은 빼어났구나

눈아대백면嫩芽戴白緜 어린 눈은 흰 솜을 뒤집어썼고

취경비차부脆莖肥且富 연한 줄기는 도톰하고 살이 올랐네

 

채지자소당採之煮小鐺 캐어다가 노구솥에서 볶노라니

세세구인명細細蚯蚓鳴 가녀리게 지렁이 우는 듯하네

족이충아기足以充我飢 나의 배를 충분히 채울 수 있어

가이보여생可以保餘生 여생까지 보전할 수 있을 듯하네

 

가소종정인可笑鍾鼎人 가소롭다 녹을 먹는 자들이여

구구리여명區區利與名 이익과 명예만 구구함이라

두상홍진심頭上紅塵深 머리 위엔 세상 것들 깊이 앉았고

족하라망영足下羅網縈 발아래엔 얽힌 그물 둘러놓았네.

 

삼만륙천일三萬六千日 인생살이란 길어야 3만 6천일

사환우사경乍歡又乍驚 즐거움도 잠깐이요 놀라움도 잠깐이라

하사당중소何似鐺中蔬 어찌 노구솥 가운데 나물 맛이

일미화차평一味和且平 한결같은 맛과 편안함만 같으리.

 

►자균소어소당煮菌蔬於小鐺 버섯과 채소를 데쳐 먹으며

 

<煮菌蔬於小鐺> 작은 솥에 버섯과 채소를 데쳐 먹으면서

洞中雪未消 雪底山蔬秀 골짜기에 눈이 채 녹지 않아도 눈 아래엔 산나물이 돋아났구나.

嫩芽戴白緜 脆莖肥且富 버섯 싹은 흰 솜을 이고 있는 듯 여린 줄기는 통통하게 살쪄있구나.

採之煮小鐺 細細蚯蚓鳴 이를 캐서 솥에다 데치니 보글보글 지렁이 우는 소리.

足以充我飢 可以保餘生 이로써 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이로써 내 여생을 보낼 수 있다네.

 

可笑鍾鼎人 區區利與名 가소롭다, 부귀한 사람들아 구구한 명리를 구하느라

頭上紅塵深 足下羅網縈 머리엔 붉은 먼지 가득하고 발아래엔 그물이 펼쳐 있구나.

三萬六千日 乍歡又乍驚 인생 백년 삼만 육천 일은 잠시 즐거웠다 잠시 놀라는 것.

何似鐺中蔬 一味和且平 어찌하면 솥에 데친 채소처럼 한 가지 맛으로 화평할 수 있으랴.

 

조선 초기의 문인 金時習(1435-1493)이 버섯과 채소를 넣은 찌개를 먹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언고시다.

김시습은 본관이 강릉江陵이고 자가 열경悅卿이며

호는 매월당梅月堂 외에 동봉東峯, 청한자淸寒子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하였다.

생육신의 한 사람이며 설잠雪岑이라는 이름으로 승려 생활도 하였다.

 

문집 <매월당집梅月堂集> 외에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가 유명하다.

김시습은 이른 봄날 여러 가지 산나물에다 버섯을 넣어 찌개를 끓여 먹었다.

담박한 음식으로 위장의 기름을 걷어내면 세상사 절로 화평해진다고 하였으니

승려로도 살아간 그의 맑은 삶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시습은 강릉에 있던 시절 이른 봄 지은 작품에서도

해상봉인일海上逢人日 바닷가에서 인일(人日, 1월 7일)을 만나니

청산백발병靑山白髮幷 푸른 산이 허연 머리와 함께하네.

와로소면채瓦爐燒麪菜 질화로에 채소 떡을 찌고

동요자소경銅銚煮蔬莖 놋 냄비에 채소 줄기를 삶노라.

 

금승수장송金勝誰將送 황금 동곳 누가 보내주랴,

상화빈상령霜華鬢上零 서리 내린 머리 성글어 가는데

유유간세사悠悠看世事 하고많은 세상사 보노라니

불여취무성不如醉無醒 취하여 깨지 않는 것이 낫겠네. 라 한 바 있다.

 

김시습이 먹은 버섯에 채소를 넣은 찌개는 승려들이 주로 먹던 보잘 것 없는 음식이었다.

여기에 닭고기나 소고기를 넣으면 골동갱骨董羹이 된다.

오늘날 먹는 전골과 유사한 골동갱은 채소를 넣은 것, 잡뼈를 넣은 것, 생선을 넣은 것,

새우젓이나 새우알을 넣은 것, 게장을 넣은 것 등 다양하였는데

특히 채소 골동갱은 평양에서 만든 것이 최고라고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9세기의 시인 이학규李學逵가

<촌석유회邨夕有懷 시골의 저녁 느낌에 있어>에서

골동갱수비만전骨董羹須費萬錢 과소어육합동전菓蔬魚肉合同煎

“골동갱은 만전의 돈이 있어야 하는데, 과일과 채소, 생선과 고기 함께 넣어 끓인다지”라 한 것을 보면

골동갱이 채소에다 갖은 생선과 고기, 과일을 넣어 만든 부자의 음식이었다.

 

김시습이 버섯과 산나물을 넣어 끓은 찌개는 산속에 사는 승려나 가난한 시인이 먹던 것이라 하겠다.

/한식문화사전

 

►자균소어소당煮菌蔬於小鐺 노구솥에 버섯과 채소를 넣고 끓인다.

아직 눈이 덜 녹은 늦겨울 이른 봄에 막 돋아난 산나물을 캐서

버섯과 함께 노구솥에 넣어서 함께 삶아 먹는다.

 

주영하 교수 등이 공저한 ‘한식문화사전’에 의하면 채소와 버섯을 함께 넣어서 데치거나 끓여 먹는 것은

조선 시대 가난한 절에서 스님들이 늘 먹던 음식이었는데 이것을 골동갱骨董羹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골동은 섞는다는 의미다.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하는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골동갱은 여러 채소와 버섯을 뒤섞어서 끓여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가 분명하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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